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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보기 ♡

문, 이야기꽃

글이 없는 그림책.

글이 없는 동화책은 그림페이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될 내용까지
모조리 그림으로 풀어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용이 비현실적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도착>> 이라는 숀탠의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뭔가 다 색칠하지 못한 색칠공부책을 마구 넘겨야하는 기분이랄까.

그림은 숀탠의 작품처럼 심오해보이진 않았지만 이야기꽃 출판사의 책이라 집어오게 됨.

집에서 이책을 꺼내는데
"엄마 웬 곰책을 빌려왔어!!!"

ㅋㅋ 그래 나도 왕년에 문과 곰을 헷갈렸던거 같구나

어디선가 날라온 저 모기..닮은 신기한 곤충이 열쇠를 들구 가려는지 앉아본다

갑자기 어떤 흑백 손이 나타나 열쇠를 집어드니 화들짝 놀라 날라가는 컬러풀한 곤충.

이 흑백의 세계에 컬러풀한 날개 달린 미지의 곤충을 유심히 바라보는, 열쇠를 든 소년.

소년의 세계는 온통 흑백에, 거리에는 찌푸리고 바쁜 인간들 뿐이어서 그런가 소년은 고유한 색이 있는 미지의 곤충을 따라나서다가

한 문을 발견하고, 그 열쇠 구멍 틈 사이로 사라진 곤충을 보고 줏은 열쇠를 넣어본다

들어서자마자 색감있는 세상이 펼쳐지고
혼자 흑백인 소년은
첼로를 든 신기한 존재와 부딪히고 도망친다

그러다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만나
만국의 공통언어인 꼬르륵 소리를 내자
친구는 마침 소풍을 왔는지 먹을 것을 주기 위해 가족들에게 데려간다

쭈뼛쭈뼛 적응의 시간을 지나

즐겁게 지내다보니

이렇게 나뭇가지를 건너는 페이지에서
소년은 흑백을 벗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게 된다

이 날은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소년이 들어왔던 것 같은 그 문들은 한 개가 아닌, 아주 다양하게 있었다.
각 문에서 나오는 다양한 존재들.

아마도 그렇게 서로 다른 문을 통해 만난 존재들끼리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소년이 부딪혔던 첼로를 들고 있던 아저씨도 이 결혼식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가 자신과 만났을 때 흘린 열쇠를 돌려주었다

부케를 코끼리 부인이 받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 같은데 물고기양이 받게 되고..
과연 이 물고기 양은 이 세계의 어떤 존재와 결혼하게 될 지? 아마도 물고기 양이 부케를 받을 때 가장 기뻐하던 도깨비군?

이제 소년은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열쇠를 소중히 간직한다.

달라진 점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후,
다시 흑백의 소년이 된 것이 아니라
소년만의 고유한 색깔을 갖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밝은 표정으로 웃는 소년이 집으로 향하는 장면이 이 <<문>>이라는 그림책의 끝.


문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다문화인들을 상징할 수도 있겠고.
그 수 많은 문의 세계 중
소년의 세계만이 흑백의 찌푸린 세계였다는 점은 씁쓸하다.
이미 서로 다른 많은 문들은 공존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열쇠를 통해서만 발걸음이 없어 먼지와 거미줄로 가득 차 있는 그 문으로 향할 수 있겠다는 점도 씁쓸.

하지만 이 세계말고도 어딘가에
나 어렸을 적 많이 부르던, 찌루찌루해지면 찾는 파란나라가 존재할 것임을 동심으로 믿으면... 이라는 점도 씁쓸..

헐 내용 나쁘지않았는데 씁쓸한
글없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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