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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 변호사>


* 대한민국의 봉제 노동자, 전태일씨가 분신하며,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기계처럼 일하는 여공들의 권리를 쟁취시킨 일이 한 50년 전 일이다. 이 책은 주인공 김호인이 무뇌증으로 태어나 실리콘 뇌를 이식받고 변호사 1호로서 활약하는 근미래가 시간적 배경이다.  피고인 안드로이드 김유미의 사건이 2089년 9월 14일임을 감안하며 계산해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후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안드로이드의 권리를 위해 김호인 변호사가 (전태일보다는 훨씬 개인적으로, 이성적으로!) 활약한다. 100% 기계지만 마인드는 인간의 것을 가진 안드로이드,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신체의 일부분을 기계로 대체하여 살아가는 사이보그(주인공 변호사), 그리고 기계를 혐오하는 정치색을 띈 인간이 뒤섞인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법적 다툼이 이 책 안에 있다.

* "나를 구성하는 것은 나의 육체이자 기억이다. 성장하는 것은 '나'라는 개인이다.“ 최근 읽은 <관찰력 기르는 법>에 써있던 문장이다. 인상적이어서 킵해놓은 글이기도 한데 이 책과 연관되어 완전 아이러니함을 주었던 문장이다. 지금 시대에도 팔이나 다리를 기계로 대체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늘어가고 있다. 나는 사실 전동휠체어도 그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KIST에서 다리 근력을 30% 높여 등산을 완주하게 해주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는 뉴스도 보았다. 외국에서는 이미 다리를 기계로 대체한 인간이 높은 산을 완주했다는 기사도 자주 본다. 나 역시 사이보그는 인간이라고 칠 수 있을 것 같은 현재, ‘뇌가 인간의 천연의 것이 아니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왕년에 외국의 추리소설(<모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직도 기억하는!)에서 히틀러의 뇌를 냉동 보관해놓고 있다가 몸통에 끼어맞추는(!) 범죄 집단이 나오는 내용을 기억한다. 이런 거 보면, 보통의 인간들은 뇌를 인간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는 모든 육체 중 유일하게 뇌를 100% 기계(!)의 것을 쓰는 김호인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것, 게다가 변호사라는 것. 2024년 의술로는 100% 죽었을, 그런 못쓸 뇌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50년후에는 변호사로 활약하는 이 책 벌써 너무 재미있다.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이 변호사가 안드로이드 편인가? 생각되지만 아니다. 그 정도로 인간들이 참 못났다 ㅜ

* 이제 인간끼리의 경쟁을 벗어나, 로봇과도 경쟁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에 대해 나는 케어는 인간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었다. R2T2같은 로봇이 일본 고령자들을 챙겨준다는 뉴스를 보며 ”일본 사람은 정말 독특하다, 그래도 사람이 낫지, 기계보다는“이라고 안주했던 나를 반성한다. 리얼돌이 정말 실사판으로 업데이트 되는 요즘,  <기억과 유전자의 밤> 에피소드를 읽으며 케어쪽 마저 감정이 불안정한 인간보다 안드로이드가 훨씬 나을 것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 정말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에피소드마다 반전이며 재...재밌다. 최근 3년 동안 이렇게 단번에 읽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진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