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화요일
데이비드 위즈너. <이상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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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칼데콧 수상자, 데이비드 위즈너.
그의 그림책에 글이 없(진 않다 근데 대부분 없음)기에 무성애니메이션을 화보로 보는 느낌.
뭔가 할리우드 스러운 그림체 (미쿡 사람들이 주로 나와서 그런가) + 뭔가 우스운 캐릭터라고 하기엔 너무 잘 그린 그림체
+ 환상성 !!!! 바로 이 환상성!! 이것이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 세계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다는 아니다. 최근작품 <내가 잡았어>는 또 달라.. 하지만 <이상한 화요일에선 이 환상성이 극대화된 작품. 그래서 아이 라이킷라이킷!
저 물가의 연꽃. 저 수술들을 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잖아. 마치 마술사의 손가락 같지 않아? 마술을 부리는 손가락. 하늘하늘. 분명 손이라는 그룹에 붙어 있는데 하나하나 살아 움직여 마법을 부리는 손가락. 작가는 이 이상한 화요일의 마법에 대해 그 어떤 멘트도 하진 않지만 난 이 그림을 보고 저 연꽃이 마법을 부리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어. 연꽃이 자기에게 붙어 있는 연잎에 마법을 걸기 시작한거야.
그러니까 화요일 저녁이었어. 화요일. 황금주말인 토요일 일요일 새러데이 선데이도 아니고 월요일 먼데이도 아닌 평범한 화요일. 튜즈데이. tuesday. (왜일까.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썰스데이 프라이 데이 새러 데이 썬데이 읊어보았어. 튜즈데이 튜우즈 데이. 내 입술이 튀어나오는 발음이야.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더라. 아, 그래서 7일 중 화요일인가? ) 어쨌든 바로 그 화요일 저녁. 그날 해가 질 무렵 거북이가 물가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어. 거북인 알다시피 느리잖아? 한참 걸어오는 동안 해는 이미 집에 갔고, 저 멀리에서 달이 마실 나오는 저녁이 되었지. 그러니까 그 목마른 거북이는 떠오르는 달빛을 거북이 등으로 받던, 바로 그 날 저녁이었지. 저 앞에 보이는 물가 옆 통나무앞에 연꽃이 피어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꽃이 피지 않은 봉오리인거야. 이...상...하...다...하는 생각이 거북이 걸음걸이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스쳐 가던 바로 그때! 등 뒤로 뭔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어.
위험을 느낀 거북이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빠른 속도로 고개를 수그렸어. 다가오는 물체는 한 두개가 아니었어. 연꽃 위에 앉은 frog(알라딘 영문 책 소개에는 이렇게 나옴)들이 날아오고 있었거든.
저녁을 먹긴 먹었지만 바빠서 얼마 못먹었는지, 너무 이른 저녁을 먹어서인지 이제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잘 것 같은 파자마 차림의 아저씨. 야밤에 허기를 못이겨 간단하게 우유와 식빵으로 야식을 먹고 있는 한밤중. 아저씨가 우유를 따르고 식빵을 들어 먹고 있는데 뭔가 기묘함을 느꼈어. 창밖에 휙휙 날아가고 있는 프라그들.
이 사건이 개구리들에게 신난 일이기만 하겠어? 아니야.어드벤쳐 가득해. 얘네는 도중에 빨랫줄에 걸려 연잎을 놓치기도 하고 (흑흑 11시방향 개구리) 빨랫감에 휘말려 중심을 잃는 위험에 처하기도 해(9시방향) 심지어 침대보인지 거대한 이불 속에 파묻혀 고스트처럼 눈만 톡 튀어나온 두 마리 (세시 네시 방향 어쩔..) 그 와중에 두시 방향 개구리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이 위기를 넘겼음을 안도하기도 하고 ㅋㅋ
바로 이 장면. 난 여기서 넋을 잃었어. 뒤가 튀어나온 tv에 대한 향수도 있지만. 야밤에 혼자 티비 보다 잠이 든 할머니. 이 개구리들은 tv에 뭐가 나오고 있엇는지 정말 궁금하게도 넋을 잃고 tv시청하고 있지. 심지어 한마리는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는지 혓바닥으로 리모콘 누르며 채널 바꾸는 모습 ㅋㅋ 화면속에 무시무시한게 나왔는지 할머니 소파 뒤에 몸을 숨긴 개구리하며.... 그 개구리들을 바라보는 일곱시 방향에 고양이. 잔뜩 도사린 포즈가 조만간 저 펑퍼짐한 두꺼비 위험할 수도 있겠다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또 그다음 날이 될 권태로운 할머니의 일상속에도, 할머니가 몰라서 그렇지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어. '할머니'하면 느껴지는 울 엄마의 엄마, 내가 받는 사랑의 시작점, 따스함. 무조건 내편이라는 그 감정을 이 개구리들이 느끼며 함께 티비보고 있는 건가 싶은게... 진짜 우리 할머니의 일상 속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 이 장면에서 느꼈던 환상성.
후각에 예민한 개들이 새벽에 비릿한 내음을 맡았는지 이 난데없는 악동들 - 개구리들을 쫓기 시작해.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개구리들에게 역으로 쫓기는 장면을 보며 느끼는 사이다! 뭔가 나는 이 쯤 되서 이 개구리들의 여행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 여기서보면 진짜 온갖 양서류가 다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지. 개 옆에 달라 붙어 있는 애들 중엔 민무늬도 있고 진흙이 있는 물가에서 살법한 갈색 두꺼비부터 온갖 무늬의 개구리들이 총출동. 눈알도 초롱초롱한 애들도 있고 반 뜨고 있는 애도 있고 이 비행을 즐기는지 만족스러운 개구리들의 눈도 있고 정말 다양해.
하지만 이 장면은 뭔가 삐뽀삐뽀 긴급해보여. 아..햇빛이 비치고 있어. 아침이네. 개구리들의 연잎이 더 이상 날아가는 마법의 힘이 아닌 중력의 법칙에 작용하고 있어. 밑으로 떨어져 버리는 거야. . 마법의 화요일 밤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거 같네. 그 많은 떨어진 개구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가까지 마르지 않고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아까 그 개가 해꼬지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그 야식 먹던 회사원아저씨 뭔가 보긴 했나봐ㅋㅋ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고. 형사분이 젖은 연잎을 들어올려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시네. 나는 여기서 이런 개구리들의 귀여운 일탈을 위험으로 느끼는 인간의 모습이 겹쳐보였어. 그래서 외계인 나오는 영화는 다 지구를 침공하는 쪽으로 그려지는갑다. 인간의 불안이란. 그동안 우리를 안전하게 방어해주는 훌륭한 수단이었지. 하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한만큼 우리의 사고가 자유롭지 못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 너무 거창하게 갔니)
이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그 다음주 화요일. ㅋㅋ 헛간에 비치는 그림자..저거 뭐여 고스트여? 다람쥐 그림자여? 했는데
이번 주는 돼지들의 차례!. 이야기꽃에서 나온 <돼지이야기>를 읽고 돼지한테 미안하던 올 한 해였는데. 확실히 양서류보다 포유류인 돼지 표정은 내가 같은 포유류라 그런지 알 것 같아. 하늘에 떠 있는 돼지들이 정말 행복해보인다.
*
항상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지는 동물들. 개새끼 닭대가리 새대가리 붕어머리.....이 수많은 동물 욕들이 그래서이지 싶은데.
내가 어렸을 때 책에 티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죄다 동물들이었어.
그런데 학교가서 돼지 한마리 두마리, 수를 세기 시작하고
누구네 집에 돼지 두마리가 있고 닭이 세마리가 있다면 다 합쳐서 몇 마리? 이런 계산을 하게 되면서
내 친구였던 동물들은 나에게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버렸지.
그리고 어른이 되면 그 동물들은 죄다 인간의 육식과 의복을 위해 사육하고 소비되는 을이라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지.
그렇게 동심을 잃어버린 나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 이상한 화요일을 읽으며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본다.
처음 개구리를 손에 올려 본 날과 처음으로 돼지를 본 날 맡았던 그 냄새. 내가 먹는 돼지고기가 저 냄새나는 돼지였다니 같은 것들.
사실 개구리는 인간의 온도 36.5도 손에도 화상을 입는 존재라는 것을. 사실 돼지는 닭장에서 사육되어지다 보니 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 뿐이었다는 것을 모르던 그 때를.
개구리가 내 손 위에서 나에게 개굴이라고 인사해주기를 바라던.
넌 냄새나도 내 고기 좋아하더라? 말걸어주던 그 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