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그림책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메리> 등으로 우리 슬이에게 핫한 그림책 작가 안녕달님의 신작 <안녕>
사실 흔한 인삿말이지만 '안녕'이라는 말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만나서 하는 "안녕-하세요"는 사실
"hey"같이 이름 모르는 사람 부르는 것 마냥 "hi"하고 부르는 성의없는(!!!! 어쩌다보니 뭐 하이가 성의없게 되어버렸지;; 의도하지 않았음. 에... 물론 실용적이지만!! 휴.) 인삿말 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한문으로 안녕은 安寧으로 편안할 안, 편안할 녕. '아무탈 없이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의 몸은 안녕하니
너의 기분은 안녕하니
너의 일은 안녕하니
너의 하루는 안녕하니
이 모든 의미를 포괄하는 안녕의 의미가
그림책작가 이름으로서 안녕달이라고 지은 작가에게 있어서 꽤 크지 않을까?
늘 한결같이 지구를 공전하는 편안한 달. 그런 의미일테니까
사실, '오- 신작이네 안녕달님의 신작 <안녕> 띠용용용'하는 마음으로 빌려왔는데
글없는 그림책의 특성상 몇 글자로 설명하면 될일을 일일이 다 그림으로 설명할래니 분량이 엄청 많으며
사실 안녕달씨의 그림 솜씨가 정감은 가지만 뛰어난(!!!)편은 아니기에..... ㅋㅋ 이런 몇 개의 소소한 점을 제외하고는..
음.. 중의적이지 않은 사건들로 구성되기에 읽기는 간단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소세지인간은 너무 못그렸.. ㅋ
아마도 주인공은 소세지 할아버지이다. 표지에 저렇게 크게 얼굴이 그려져있으니.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소세지 할아버지의 엄마(소세지에 리본달려있는 분),
소세지 할아버지(처음부터 할아버지는 아니지만, 성별은 남. 리본없음),
(메리 닮은)강아지,
폭탄아이,
불.
음.. 눈 많은 거미,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등장인물에 올려주고 싶은 그 외 인물은, 시위하는 1회용 종이컵들과 먹구름.
그리고 소세지할아버지와 메리닮은 개의 이야기에 중요한 소재, 저 소세지...
아마도 첫장면이지 싶은데
저 리본 단 소세지 분이 바로 주인공 소세지(남)의 엄마
다소 충격적이었던 소세지(남) 출산 장면!!!!!!!!!!
애 키우다가 조금씩 늙는 소세지 엄마 흑.....남일같지않아
하지만 소세지(남)는 클수록 문 밖의 세상이 궁금하다. 마치 성경의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처럼 그 아이는 집밖으로 나가본다.
하지만 밖에서 돌팔매를 당한 상처받은 아이는 곧 엄마 품으로 돌아오고
아이는 상처받아..
엄마의 무릎에 누운 채로 눈물을 흘린다. 엄마의 손길이 닿자 눈물은 잦아든다.
그렇게 품안의 자식과 엄마 소세지는 좋은 시절을.. 보내지만
그들 얼굴에 새겨지는 주름은 매정하게도 시간에 매우 정직하다.
소세지 엄마도 나이들고
소세지 아들도 점점 나이든다.
사실, 소세지 아들이 저렇게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무릎만 베고 있는게 이상하기도 했는데
가끔 나를 아가라고 부르는 울엄마를 생각하면 그래..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내 아가는 내 아가지.
그렇게 세월은 소세지 할머니의 인생의 종지부 도장을 찍고..
엄마의 죽음으로 세상을 다 잃은 것 같겠지만
엄마가 앉아있던 소파에서 밤이었다가 다시 날이 밝아 아침을 맞는 이 두 컷 만으로도 이 세상에 살아있는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친구 동생 옆집 개들 고양이들이 다 팔릴때까지 아무도 사가지 않아 끝내 무료라고 써붙인 채로 바깥에 방치된 메리(걍 아예 메리라고 부르기로 ㅋ)를.. 무심한 듯 지나치다가도 비가 오는 날은 우산도 씌워주던 소세지 할아버지는.. 어느 날 밤 메리를 데리고 자기의 집으로 간다.
시도 때도 없이 핥아대는 메리가 할아버지는 낯설다. 때로는 소세지인 자기를 먹어치울까봐 불안함에
우주복을 입고 소세지인 자신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메리가 바깥에서 물고 온,
침이 잔뜩 묻은 소세지를 바라보고..
소세지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메리에 대한 시선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저렇게 침이 흥건할 정도로 먹고 싶었을 테지만 먹지 않고 소세지 할아버지에게 갖다 준 메리에게 신뢰감을 갖게 된 것
그렇게 소세지 할아버지는 우주복을 벗고
그에게 완벽한 타인이었던 메리를 받아들인다.
티비는 계속해서 틀어져있고
이 장면의 카메라 앵글은 이집 전체를 비쳐주는데 메리의 수많은 응가와 거기에 파리가 꼬인 것으로 봐서..
아마도 소세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는 죽은 듯하다.
외로운 메리는 다시 집밖으로 나온다.
내가 맘에 쏙 든 부분.
자판기 옆, 일회용 컵들의 시위
그 앞을 지나가는 기저귀를 찾 폭탄아이들 한 무리. 그 가장 바깥에 있던 폭탄아이 한 명이 메리를 쫓아간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물에서 저리가라며 울던 불도 메리의 집으로 함께 간다.
다시 한번 혼자가 아니라 함께가 되어 안녕해진 메리는 소세지할아버지 사진을 쳐다보고 하품을 늘어지게 한 번 하고는 편안한 낮잠을 즐긴다.
이제, 소세지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설명이 곁들여진다.
눈이 많은 거미(하는 짓은 쇠똥구리같은)에게 가서 자기가 살던 곳을 보여달라고 한 소세지 할아버지는..
메리가 폭탄아이와 불과 함께 집으로 가는 동안 숲이 불에타는 것을 보고있다.
폭탄 아이의 머리카락이 작아질 수록 할아버지의 불안감은 손톱 물어뜯기의 진수로 보여진다.
끝내는 메리의 침으로 불은 꺼지고 안심한 할아버지는
눈이 많은 거미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
이 장면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아마도 감사한 만큼 깊게 허리를 구부렸을 테지
그들은 그렇게 맥주로 추정되는 노란 액체를 함께 나눠 마신다.
이건 완전 번외편인데,
먹구름이 흰구름 둘이만 친하게 지내자 펑펑 우는 장면 ㅜ ㅜ 둘이 따시켰어 나쁜 것들 ㅜ ㅜ 먹구름이 어디가 어때서
소세지 할아버지도 이 행성에서 정착한다. 마치 B612처럼.
해피엔딩인게지. 메리도 소세지할아버지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았으니
사실 잘 봐놓고 이거 안좋다 저거 안좋다 쓰긴 뭐하지만..
굳이 불만을 쓰자면
1. 인간적으로 소세지 할아버지 너무 못그렸!!!!! ㅋ
2. 그리고.. 아무래도 성경의 돌아온 탕아 + 어린왕자 같은 느낌이 없지 않음
3. 메리가 다 했어 사실 메인 포지는 메리가 했어야 했다!!(메리 팬이 되었다)
좋았던 점은,
다시한번 달에 대해 생각하게 됨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은 외로워보이긴 하지만 알고보면 지구 주위를 뺑뺑 도는 팬이었어.. 팬심으로 사는 존재가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