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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이범재 글 그림

MyDearmoon 2019. 2. 8. 18:45
아이의 그림책에는
착한 아이들만 나온다
나쁜 애들이 나와도 그들은 사과를 구하고 용서하고 모든 문제가 동화처럼 해결된다

읽어주면서도 나중에 현실에서 그 괴리감 극복을 슬이는 대체 어떻게 느낄 것인가 고민도 된다

그러던 고민이 스며들 무렵
슬이의 겨울방학 그림책 리스트에 있던 이 책.

숲 속 마을에 사는 토끼는 눈이 쌓인 걸 보고
친구들을 위해 눈을 치운다.

친구들이 미끄러질까 집앞 수준이 아닌 온동네 눈길을 싹 치운 토끼.
나도 왕년에 3층 꼭대기집 살 때,
계단에 눈이 쌓여 얼어버리면 대책 없는 집에 살았기에 임신했을 때도 눈이 오면 쓸 곤 했다. 그러고보니 2018년 겨울에는 눈을 12월 두 번 정도 빼곤 구경도 못했는데 그 해 겨울은 눈이 그리 자주도 왔구나.
계단과 집앞 정도만을 치웠는데도
애떨어지는거 아닌가 엄살을 부리기도했는데
그 정도로 눈을 치운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저 길이를 쓸어낸 토끼는 친구를 위한 마음이 그 정도로 깊었다는 거다

집으로 돌아오니 문이 덜렁덜렁해져 있었는데

곰이 와서 고쳐준다
곰에게 고맙다 말하니
나 말고 까치에게 고맙다고 말하랜다
까치가 알려줬댄다
그래서 까치를 찾아가니
까치는 또 나말고 음식을 나눠준 다른 친구를 찾아가래고 또 그 친구는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게 재료를 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라 하고.... 찾아가다보니

멧돼지는 길을 치워준 친구에게 고마워하랜다

그러고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토끼와 멧돼지
분명 멧돼지는 토끼가 눈이 쌓인 그 길을 치운 친구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페이지였지만
이 작품에서 베스트 페이지로 꼽겠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토끼는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전 모든 친구에게,
그리고 눈 길을 치운 자기에게 고마워한다

토끼는 오늘 그동안 나도 잊고 살았던
'베푸는 즐거움'이라는 아주 소중한 것을 배웠다
아마도 이 경험은 토끼의 평생동안 갖게 될
따뜻한 마음의 원천이 될 것이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이 되버리고,
주는 자들이 바보, 멍청이로 불리우는 이 시대에,
그래도 한 귀퉁이에서는
아직은 온기를 전해줄 이들이 존재하고
그들로 인해 따뜻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슬이가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고 엄마는 바란다
물론 나부터가 변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