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김지원 글, 김도아 그림, 한솔수북






*2학년때 단짝이었던 민정이로부터 곰돌이가 그려진 물병을 작별선물로 받으며 이사 온 소은이가 주인공이다. 전학생인 소은이는 이곳에서 목소리가 큰 동찬이, 그런 동찬이에게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 지연이를 만난다. 지연이는 수상한 단짝클럽을 운영하는 아이다. 그 클럽에 끼지 못하는 단아도 만난다.
*나는 이 책의 줄거리보다 줄곧 파란 물빛으로 그려진 이 책이 참 수상했다. 표지에서 2/3을 차지하는 파란 바탕부터 물병을 선물하는 민정이, 파란 원피스와 파란 리본을 달고 있는 지연이, 물빛요정 루루 스티커, 푸른 공작새, 소은이의 눈물, 글에는 써있진 않지만 동물원에서의 친구들과 소은이가 비를 맞고 있는 장면, 지연이가 잃어버린 하늘색 가방, 동찬이의 파란 야구모자 등, 이 책은 푸르른 은유가 가득한 책이었다. 이 물빛의 은유를 수수께끼 삼아 유추하는 즐거움이 있던 책이다.
*생각해보면 2학년때 민정이와 진정한 우정을 경험해본 소은이로서는 지연이의 행동이 요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급했을 것이고. 물병을 선물해주며 작별인사를 하는 민정이를 따라 물빛의 루루를 선물하지만 지연이는 등급으로 친구를 나누는 아이였고, 소은이처럼 기다려주지 않는 친구였다. 물병을 잃어버린 사건 이후 블랙 루루, 화이트 루루를 요구하는 지연이에게 “네 부탁 못들어주겠어. 먼저 갈게.”(p.80)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은이가 된다. 민정이가 선물해준 물병은 물을 담는 용도로 우정은 친구를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소은이는 알게 된 것이다. 파란 치마를 입고 있던 지연이는 물빛과 닮아 소중하게 담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소은이의 눈에 눈물만 쏟는 경험을 한 후 진정한 우정을 알아보고 동찬이에게 소세지를 건넨다. 사실 지연이의 행동은 어른과 다를바 없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나에게 필요한 친구, 필요하지 않은 친구를 나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친구들은 정작 지연이가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 진위가 가려진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첨에 소름이 돋았다. 이 책에 그려진 소은이는 영락없는 슬이였다. 머리길이만 빼면 부스스하고 취향없는 엄마가 골라준 아무 옷이나 걸쳐입고 밖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신경써주지 못하는(사실 나는 비쥬얼 쪽으로는 나도 애아빠도 문외한이라...) 아이의 겉모습은 호감형은 아닐 것이다. 내 아이가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가 생각하는 등급에서 밑이라면 슬이보다 내가 더 슬펐을 것이다. 지연이는 왜 그랬을까? 지연이의 엄마가 그랬을까? 저 모습은 암만봐도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하는 걸테니 말이다. 난 사실 선생님동화공모전에서 선생님이 쓴 작품이라는 게 충격이기도 했다. 선생님 눈에는 요새 지연이같은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베프란 무엇일까, 하늘이 파란 날 만나서 재미있게 뛰노는 친구, 비 오는 날이면 그런대로, 함께 맞으며 즐거운 친구. 목마를 때, 꼭 진짜 목마른 거 말고 감정적으로 그럴 때 함께 하면 갈증이 해소되는 친구. 슬플 때 변하지 않는 친구. 우정은 물빛이다. 이 책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준다.